6.06. 보도방에 관하여

SI에서만 쓰이는 말로 보도방이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됩니다.
공사 현장에 사람을 파견할 때 인력을 모집하고 건설 현장에 보내주고 중간에 수수료를 받는 곳을 인력사무소라고 합니다. 보도방이란 "개발 관련 직군 인력 중개 사무소" 같은 겁니다.

 

보도방은 실제로 프로젝트에는 아무 관여도 하지 않습니다. 그냥 인력을 넣어주고 끝입니다.

 

보도방에 개발자를 보내달라고 요청한 업체는 돈을 보도방에 지급합니다. 보도방은 수수료를 떼고 개발자들에게 돈을 지급합니다.

 

보도방을 나쁘게만 바라볼 건 없습니다. 보도방은 업체들이 개발자를 직접 구하는 수고를 줄여주고 만약 개발자에게 문제가 생겼을 경우 개발자를 교체할 책임도 있습니다.
게다가 직접고용을 할 때 노동법에 따라서 2년 이상 비정규직을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므로 그 위험도 피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런 보도방이 욕을 먹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청에 재하청. 그리고 영세함으로 인한 급여 지급 불확실성입니다.

 

하청의 하청은 보도방끼리도 하청을 합니다.
A 업체의 프로젝트를 할 수주사 B가 보도방 C에 인력공급을 요청하면 C는 자기가 직접 구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보도방 D에게 인력공급을 요청하는 때도 있습니다.
D는 또다시 E에게 요청하죠.
몇 단계를 거칠 때마다 정작 개발자가 받는 단가는 줄어듭니다. 보도방마다 수수료를 떼어가거든요.
만약 E사의 소개로 어떤 프로젝트에 투입될 경우 소속은 B사가 되고 A사의 프로젝트를 하고 돈은 A, B, C, D,E를 거쳐서 개발자에게 들어오는 형태가 됩니다.

 

급여 지급 불확실성은 보통 영세한 보도방일수록 심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1인 사업자인 경우도 있습니다. 인력 공급 요청이 들어오면 온종일 잡포털 뒤지면서 여기저기 전화해서 인터뷰 요청하고, 연결하는 게 일입니다.
자본금도 필요 없고 위험도 없는 직종이라 상위 업체가 돈을 줘야 개발자한테 돈을 줄 수 있게 됩니다. 상위 업체가 돈을 안 준다고 자기 돈을 먼저 주고 상위 업체한테 돈을 달라고 하는 경우는 절대 없습니다.

 

실제로 SI에서 일해 보면 보도방을 안 끼고는 일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A, B사는 직원을 채용하면 계속 유지하는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꺼리게 됩니다. C, D, E의 보도방을 끼면 이런 일이 없죠.

 

단순하게 재하청 금지를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은 위험합니다. 재하청을 금지하면 A와 B의 담합, B와 C의 유착이 생겨서 최종적으로 개발자들은 C사에 종속되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즉 보도방 사이에서도 규모에 따라 독과점이 발생되어 버리기 때문에 단순하게 접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SI를 넘어서 IT 업계의 필요악이 보도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