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쟁이

조용하던 프로젝트 룸에 새로운 인력들이 세팅되었습니다. 프로젝트 룸은 큰 공간이 있고 여러 프로젝트들이 하나의 사무실에 모여 일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전 프로젝트 인력들이 프로젝트 종료로 철수하고 난 후 한동안 잠잠했었는데, 다시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온 겁니다. 프로젝트 룸은 원래 그러라고 있는 곳이므로 그런가보다 하고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사람이 눈에 띄었습니다. 중년의 여성 개발자. 그녀는 끝도 없이 말을 했습니다.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도, 업무와 관련 없는 이야기도. 조용한 사무실은 그녀의 목소리만 울려퍼졌습니다.
처음에는 이야기를 받아주던 같은 프로젝트원들도 점점 지쳐가는 것 같아 보입니다. 대답은 짧아졌고 때로는 무시하기도 하는 것이 눈에 보이더라고요.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이야기를 받아주지 않자,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수다를 떨기 시작했습니다. 목소리도 큰 탓에 업무와는 별 관계없는 이야기임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며칠동안 같은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같은 프로젝트 인원들은 질려버린 것 같아 보였죠. 결국 그 프로젝트의 PM이 그녀를 불렀고, 둘은 나가서 한참 대화를 한 후 돌아왔습니다. 그녀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그녀는 주위 사람에게 괜한 대화를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지도 않았죠.
해피엔딩일까요? 아쉽게도 아닙니다.
혼자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입에서는 어제 저녁에 먹었던 반찬부터 키보드의 키감,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아무런 맥락 없는 이야기가 끊임 없이 흘러나왔습니다.
프로젝트 룸 안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어폰을 끼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저도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하나 장만할 수 있었습니다.

어색함을 이기기 위한 시도였을 지도 모릅니다. 친밀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간에, 꼭 그래야 했을까요? 계속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걸까요? 아니면 알면서도 참을 수가 없었던 걸까요.
한편으론 우스꽝스럽고 다른 한편으론 불편했으며 또 다른 각도에서는 안쓰러웠으나 다시 겪고 싶지는 않았던 에피소드.

 

https://www.youtube.com/watch?v=zKRxsvY7k_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