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를 지참하지 않는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주로 금융권이나 보험, 증권등의 유사 금융권들입니다. 혹은 외국계 기업들은 종종 업무용 데스크탑이나 노트북을 지급해 주기도 합니다.
내 컴퓨터를 쓰지 않으니 좋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지급하는 컴퓨터는 뭔가 여러가지 의미로 이상합니다.
첫번째. 부팅하는 데 터무니없이 오래 걸립니다. 2024년에 PC가 켜지는 데 5분이나 걸리는 건 진심으로 놀랍습니다.
두번째, 작동은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느립니다. 다들 용케도 잘 참고 이걸로 일을 하고 있다 싶을 정도입니다.
세번째, 알 수 없는 프로그램이 잔뜩 깔려 있습니다. 대부분 보안 관련 프로그램입니다. 혹시나 외주 개발자가 내부의 프로그램이나 데이터를 가져갈 까봐 걱정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발자들은 다 압니다. 가져가도 아무 쓸데 없다는 걸.
네번째, 프로그램을 내 마음대로 설치할 수가 없습니다. 무슨 생각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PC의 관리자 권한 없이 일반 사용자 계정을 생성해서 지급합니다. 덕분에 개발할 때 사용하는 PC의 프로그램 설치도 지원팀의 도움 없이는 설치할 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지원팀은 개발자가 무슨 프로그램을 쓰는지, 어떤 플러그인을 설치하고 쓰는지 잘 모르고 설치할 줄도 몰라서 헤메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발자용 소프트웨어는 워드나 파워포인트같은 사무용 프로그램하고는 좀 다르니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사양은 괜찮은 편입니다. 기업 납품 PC이기 때문에 델이나 HP 등 나름 유명한 기업용 브랜드 제품을 납품받은 겁니다. 이정도면 꽤나 날라다닐 것 같은 컴퓨터 사양을 보안 프로그램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물론 장점도 있습니다. 지급해 준 장비를 쓰면 첫 출근때 가볍게 오고 마지막 근무일에 집에 갈 때 몸만 가면 됩니다. 말없이 도망칠때 가장 큰 효과가 있습니다. 당연히 그런 적은 없음
만약 PC가 망가지면 그냥 교체 신청하면 그만입니다. 여러 사람이 돌려 쓰는 PC라서 잘 망가지므로 지원팀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바꿔줍니다.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기 마련입니다. 장비를 지급하든, 지급하지 않든 간에, 그렇게 살아가고, 살아집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QGJfHbDb_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