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 프로젝트는 기한이 정해져 있습니다. 내가 무직자가 될 날짜가 정해져 있는 거죠. 와 논다. 만세프로젝트 종료 시점이 되면 굉장히 복잡한 마음이 듭니다. 보통 프로젝트 철수 시점까지는 엄청나게 바쁘기 때문에 힘이 들고, 쉬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그렇지만 "다음 일 없으면 어쩌지"라는 생각 때문에 그러면 안된다고 마음을 다잡아야 합니다. 직장인이 아니니까 퇴직금으로 잠깐 쉰다거나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운이 좋은 경우는 현재 프로젝트가 끝나기 전에 다음 프로젝트 일정을 잡는 겁니다. 2주정도 쉬면 이제 슬슬 일하고 싶어지기 때문에 그정도 간극이면 딱 좋더군요. 예를 들어 1월 31일날 끝나는 프로젝트라면 2월 15일날 시작할 수 있는 정도? 항상 운이 좋은 것은 아니므로, 정확히 ..
처음으로 프리랜서 개발자가 된 것은 개발을 시작한 지 3년 몇개월 즈음 지났을 때 , 즉 4년차 때였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고용 형태가 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그냥 구인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려놓았더니 연락이 왔었습니다. 당시에 받던 월급보다 훨씬 많은 급여를 제시하더군요. 혹해서 약속을 잡았습니다. 약속 장소는 카페였습니다. 경험이 없던 저는 왜 카페에서 면접을 보는 지도 의심하지 않았더랬죠. 그저 그러려니 했어요. 커피숍에서 만난 사람은 인력 파견 업체의 영업직이었습니다. 그는 저에게 고객사에 가서 인터뷰를 보고 합격하면 출근하는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냐고 되물었더니 난감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합니다. 그래도 착한 분이었습니다. 프리랜서의 세계를 하나씩 설명해 ..
개발을 정말 좋아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처음 개발 일을 시작하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닥치는 대로 관련 분야 책을 찾아보고, 영어 문서를 읽었습니다. 번역기가 그다지 퀄리티가 좋지 않던 시기여서 원어로 읽는 게 더 나았던 시절 이야기에요. 영어로 된 문서는 한마디도 못 알아들었지만, 코드를 보면서 이런 뜻이겠거니 짐작하는 수준이었어요. 그래도 즐거웠습니다. 지금도 개발을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처음 시작했을 때의 열정만큼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저 직업으로 삼은 지 오래되어서일까요? 자극이 없어서일까요? 이도 저도 아니라면, 관심사가 더 넓게 펼쳐져서 개발만이 관심사가 아니게 된 것일까요. 지금은 생존에 필요한 기술만을 익히며 살아갑니다. 개발자~~코더~~로 살아가는 이상은, ..
개발자 광풍이 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초봉은 6,000만원에서 시작하며, 워라벨도 지킬 수 있고, 인정도 받을 수 있는 직업이라 하더군요. 졸지에 주목받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되어 버린 저로서는, 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가 비밀을 발설한거야?정말 잘하는 개발자와 저처럼 평범하게 개발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습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미슐렝 쉐프와 햄버거 프렌차이즈에서 일하는 알바생 정도의 차이랄까요? 마치 리오넬 메시의 연봉을 보고는 모든 축구 선수가 어마어마한 부를 누리는 것처럼 포장된 것 같았죠. 거품은 꺼졌습니다. 모두들 일상으로 돌아갔고, 더이상 기업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개발자를 채용하던 것을 멈추었으며, 개발자는 그저 다양한 직업군 중 하나로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개발을 시작한 지 십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경력기술서는 이미 두페이지를 거의 다 채우고 있고, 오래된 일터에서 어떤 일을 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이름을 말해도 아무도 모르는 작은 회사에서 개발 경력을 시작한 이래 스타트업, 중견 회사, 기업의 외주개발자, 프리랜서로 끊임없이 회사와 고용 형태를 바꾸며 살아왔습니다. 분야는 웹 개발, 도메인도 다양해서 솔루션, LMS, 대기업 SM, 쇼핑몰, 은행, 챗봇, ... 등 별의 별 걸 다 하면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렇습니다. 진정한 잡부인 겁니다. 이 컨텐츠는 제가 살아온 시간을 기록한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감성팔이일지도 모르고, 다른 이에게는 평범한 웹 코더가 살아온 시간에 대한 반면교사가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은, 다른 누..